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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 제국의 비밀 특사 활동 ③,④ | 운영자 | 2020-06-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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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제국의 비밀 특사 활동 ③
지난호(3/25)의 이야기 끝부분: 사람 운명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역적이었던 이승만이 갑자기 국운(國運)이 걸린 중대사를 떠맡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탁월한 영어 실력 때문이었다. 이미 22세에 외교관들과 고관대작들 앞에서 영어 연설 실력을 발휘한 바 있었지만, ‘한성 감옥 대학’에서 그의 영어 실력은 눈부시게 향상하였다.) 출옥한 이승만을 면회한 윤치호는 1904년 8월 9일자 일기에 이런 기록을 남겼다- -“거의 6년간의 수감 생활 후 어제 석방된 이승만을 방문하였다. 그는 비범한 젊은이다. 감옥에 있으면서 그는 영어를 너무나 잘 가다듬어서 영어로도 훌륭한 논문을 쓸 수가 있게 되었다.” 1904년 11월 5일, 이승만은 조선에 호의적이라고 알려진 딘스모어 의원에게 보내는 정부의 밀서(密書)를 가지고 미국으로 떠났다. 이때 여행 비용을 제공한 사람이 한성 감옥의 형무소 부서장이었던 이중진이었다. 이승만이 감옥에서 끼친 감화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또 한 번 보여 주는 사례이다. 이승만이 워싱턴의 한국 공사관에 도착했을 때, 그곳의 서기관 김윤정(金潤晶)과 대리공사 신태무(申泰武)는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었다. 이승만이 김윤정에게 자신의 비밀 임무를 털어놓았을 때, 김윤정은 일이 성사되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신태무에게 알리면 방해를 할지 모르니, 그에게는 비밀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자신이 대사관의 공사로 승진하면 이승만의 특사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승만이 1882년 한미 수호 조약의 발효를 미국 국무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할 의사가 있는지를 질문하자,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이승만은 민영환에게 김윤정을 추천하여 그가 워싱턴 주재 한국 공사가 되도록 도와주었다. 이승만은 특사의 역할을 충실하게 감당했다. 민영환과 한규설의 친서를 딘스모어 하원의원에게 전달했고, 헤이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주선 받았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헤이 장관은 한국 선교에 관심을 표명하고 돕고자 하는 뜻을 보여 주었다. 이승만은 크게 고무되었지만, 헤이 장관이 이듬해 갑자기 사망하여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
이 무렵 이승만에게 민영환과 한규설의 밀서 이외에 전달해야 할 또 하나의 문서가 있었다. 1905년 7월 5일 윌리엄 태프트(William Taft)를 단장으로 한 미국의 아시아 순방단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했다. 단장인 태프트는 훗날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뒤를 이어 제2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만큼, 정계의 실력자였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도 참여했던 순방단은 100여 일 동안 하와이, 일본, 필리핀, 중국, 대한 제국을 항해했다.
대한 제국의 비밀 특사 활동 ④
(지난호(4/08)의 이야기 끝부분: 단장인 태프트는 훗날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뒤를 이어 제2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만큼, 정계의 실력자였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도 참여했던 순방단은 100여 일 동안 하와이, 일본, 필리핀, 중국, 대한 제국을 항해했다.) 순방단이 하와이를 경유할 때, 그곳에 거주하던 교민들은 성대한 환영 대회를 열었다. 그리고 일본의 위협으로 위태로운 대한 제국의 상황을 설명하며 미국의 도움을 간청했다. 태프트는 대단히 동정적인 태도를 취하며 대통령에게 보내는 소개장을 작성해 주었다. 이에 크게 고무된 교민들은 “하와이 거주 한국인이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드리는 청원서”를 작성했다. 이승만은 하와이 교민을 대표한 윤병구(尹柄求) 목사와 함께 태프트의 소개장을 앞세워 1905년 8월 4일, 뉴욕시 동쪽 오이스터만의 루즈벨트 대통령 별장을 방문했다. 그들을 만난 루즈벨트는 대단히 호의적이었다. “귀국(貴國)을 위한 일이라면 무슨 일이건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교적인 일은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하니, 청원서를 워싱턴의 한국 공사관을 통해서 제출하라고 권유했다. 그러면 러시아와 일본의 평화 회담에 즉각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승만은 날아갈 듯이 기뻐했다. 희망에 부풀어 워싱턴의 한국 공사관으로 달려갔다. 정식 외교 경로를 거쳐야 할 경우에 적극 도와주겠다고 했던 김윤정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러나 김윤정은 이승만이 알던 그 김윤정이 아니었다. 사실 그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이승만에게는 자신이 공사가 되면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워싱턴의 일본 공사에게 이승만의 활동을 상세히 보고하며, 자신이 한국 공사가 되면 일본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훗날 김윤정은 일본 측에 협력한 결과로 전라북도 도지사가 되기도 했다. 김윤정은 이승만의 요청을 거절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이승만은 멍해졌다. 순간, 4천 년 역사를 지닌 이 나라가 이제 망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망연자실했다. (로버트 올리버 지음, 황정일 옮김. p.102) 정신을 가다듬은 이승만은 길길이 날뛰며 화를 내고 애원하고 협박도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경찰을 부르겠다는 김윤정의 위협을 받으며 공사관에서 쫓겨났다.(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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