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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國軍)은 죽어서 말한다 구나경 202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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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nfaith.com/bbs/bbsView/32/6393234

국군(國軍)은 죽어서 말한다

모윤숙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 옆의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런 유니포옴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구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죽음을 통곡하며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원수가 밀려오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대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 보다도 내 피 속엔 더 강한 혼이 소리쳐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과 가시 숲을

이순신(李舜臣) 같이,

나폴레옹 같이,

시이저 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 위해 '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 진격!

원수를 밀어 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머나먼 하늘까지 밀어서 밀어서 폭풍우같이 뻗어 가고 싶었노라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었나니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노라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죽음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지어 넘어진 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 주고

저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롬을 위안해 주지 않는가!

 

나는 조국의 군복을 입은 채 골짜기 풀숲에 유쾌히 쉬노라

이제 나는 잠시 피곤한 몸을 쉬이고 저 하늘에 나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레 숨지었노니

여기 내 몸 누운 곳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밤 이슬 내리는 풀숲에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

 

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부디 일러 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저 가볍게 날으는 봄나라 새여

혹시 네가 날으는 어느 창가에서 내 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거든

 

나를 그리워 울지 말고, 거룩한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 일러 다오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내가 못 이룬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

나를 위해 내 청춘을 위해 물리쳐 다오

 

물러감은 비겁하다

항복보다 노예보다 비겁하다

둘러 싼 군사가 다 물러가도 대한민국 국군아!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

한 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

 

.....

참고

1. 모윤숙(毛允淑, 1910~1990, 향년 80)

시인, 수필가, 아호 영운(嶺雲), 함경남도 원산 출생, 이화 여자 전문 학교 졸업,

피로 색인 당신의 얼골을(1931)동광에 발표하면서 등단함.

시집에 빛나는 지역(地域)<‘33>』 『렌의 애가(哀歌)<’37>』 『옥비녀<‘47>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87>이 있으며

수필집에는내가 본 세상<‘53>』 『느티의 일월<’76>등이 있고

전집으로는 모윤숙 시 전집<‘74>』 『모윤숙 전집<’82>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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